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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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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응급의료종사자 대상 수기 공모전 수상작 [아들을 살려주어 고맙소]
구분 : 공통 등록일 : 2026-02-02 조회수 : 124

2025 응급의료종사자 대상 수기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수상작을 공개합니다!

응급의료 현장에서

오래도록 마음에 남은 한마디를 전합니다.


아들을 살려주어 고맙소(노*선)

그날도 평소처럼, 쨍하고 구름 한 점 없는 32도의 무더운 날이었다.

‘오늘도 무사히.’ 마음속으로 그렇게 외치며, 바를 정(正) 자를 수십 번 그려 넣듯 마음을 다잡고 출근했다.

인수인계가 끝날 무렵, 저 멀리 응급실 출입구 쪽에서 ‘탁… 터벅… 탁… 터벅…’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연세 지긋한 한 노신사께서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천천히 응급실 안으로 들어오고 계셨다.

병원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 생각하며, 정문 로비를 못 찾으신 게 아닐까 싶어 그분께 다가갔다.

“어르신, 어디 찾아오셨어요? 여기는 응급실인데 혹시 외래를 찾으세요?”

얇은 셔츠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검은 비닐봉지에는 피로회복제가 담겨 있었고, 잘 들리지 않으셨는지 내 말을 듣지 못한 채 계속 앞으로 걸어가셨다.

나는 한 발짝 앞으로 나서서 다시 여쭈었다.

“어르신, 어디 가시는 길이세요?”

“의사 양반… 의사 만나러 왔소. 며칠 전에 우리 아들이 왔었거든.”

“아드님이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제가 찾아봐드릴게요.”

“입원실은 아니고… 공사장에서 떨어졌는데, 여기서 살려줘서 다른 큰 병원으로 갔다오.”

순간, 머릿속이 번쩍였다.

며칠 전, 공사 현장에서 추락해 의식을 잃었던 그 환자. 닥터헬기가 도착하기 전까지 중증외상팀이 전력을 다해 살려냈던 바로 그분이었다.

그날은 보호자가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려, 우리는 단 한 생명이라도 더 붙잡기 위해 골든타임을 사수해야 했다.

30분 내에 모든 처치를 마쳐야 했고, 환자의 활력징후는 불안정했다.

한여름의 야외작업으로 인해 흥건한 땀과 혈액이 뒤섞여 옷은 엉켜 있었지만, 우리는 손을 멈출 수 없었다.

“산소포화도 떨어집니다!”

“혈압 더 확인해 주세요!” “헬기 15분뒤 도착이래요 선생님”

누군가는 환자의 기도를 확보하고, 또 다른 이는 수액을 연결하며, 모두의 시선은 오직 생명 하나에 집중되어 있었다.

의료진 간 눈빛 하나에도 절박함이 오갔다.

그날의 우리는 단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모든 힘을 쏟아냈다.

그 후 환자를 닥터헬기에 태워 이송하고 나서는 소식을 알 길이 없었다.

응급실은 매일 새로운 환자로 가득했고, 또 다른 긴급상황이 이어졌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그 환자의 얼굴이 오래 남아 있었다.

“그분은 과연 지금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다짐하곤 했다.

“내가 만나는 모든 환자에게, 그날처럼 최선을 다하자.”

그런데 오늘, 그 아버님이 직접 우리를 찾아오신 것이다.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어르신, 혹시 ○○○님 아버님이세요? 아드님, 지금 치료 잘 받고 계신가요?”

그제야 어르신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죽을 줄 알았던 아들이… 살았소.

타지에서 얼마나 고생하는지도 몰랐는데, 이제는 눈도 뜨고 말도 한다오.”

그 말을 듣는 순간, 설명할 수 없는 벅찬 감정이 밀려왔다.

그날 함께했던 의료진 모두와 이 기쁨을 나누고 싶었다.

다시 한 번, 생명을 살렸다는 안도감이 물밀듯 감동으로 밀려왔다.

“아버님, 오늘은 그날 계셨던 응급실 의사 선생님이 안 계신데요.

대신 제가 아버님이 다녀가셨다고 꼭 전해드릴게요.”

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종이와 펜을 빌려달라 하셨다.

잠시 후, 의자에 앉아 무언가를 또박또박 써 내려가셨다.

나는 밀려드는 간호 업무로 잠시 자리를 비웠다.

다시 돌아왔을 때, 대기석 의자 위에 어르신이 놓고 간 종이 한 장과 검은 봉지가 눈에 들어왔다.

“아들을 살려주어 고맙소.”

그 짧은 한 문장이, 그 어떤 말보다도 깊고 뜨겁게 마음에 남았다.

하늘에 또 한 번 감사를 새기며, 우리가 지나온 수많은 과정들이 헛되지 않았음을 다시금 느꼈다.

 

그날의 경험은 내게 다시 한 번 ‘의료인의 의미’를 일깨워주었다.

생명 앞에서의 겸손함, 서로를 믿고 버텨낸 팀워크, 그리고 환자와 보호자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려는 마음.

이 모든 것이 의료의 본질임을, 그날의 여름 햇살만큼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수상작은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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