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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중앙응급의료센터의 공지사항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25 응급의료종사자 대상 수기 공모전 수상작 [나는 간호사였다. 그리고 '환타'였다]
구분 : 공통 등록일 : 2025-12-29 조회수 : 224

2025 응급의료종사자 대상 수기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수상작을 공개합니다!

응급의료 현장에서의 책임감과 두려움,

그리고 동료와 함께 버텨내는 시간을 담은 따뜻한 글을 만나보세요.

 


나는 간호사였다. 그리고 '환타'였다. (김*섭)

나는 환타를 사랑했다. 오렌지빛 탄산은 하루의 피로를 씻어주는 듯했다. 하지만 응급실로 가게 된 후, 나는 병원에서 ‘환타’를 좋아할 수 없게 되었다.

2022년, 응급실로 부서 이동을 했다. 마침내 혼자 환자를 맡게 된 날, 나는 평소처럼 환타 한 캔을 마시고 출근했다. 그날은 달랐다. 내가 맡은 환자가 갑자기 심정지를 일으켰다. “도와주세요! CPR이요!” 경보음이 울렸다. 맥박을 잡던 내 손은 본능적으로 환자의 가슴 위로 향했다. 1, 2, 3, 4… 둔탁한 소리가 났다. 식은땀이 맺혔지만, ‘살려야 해’라는 생각뿐이었다. 숨 가쁜 응급처치 끝에 가까스로 상황을 넘겼다.

그 일은 시작에 불과했다. 하루, 이틀, 사흘. 내가 맡은 환자들이 연달아 심정지를 겪었다. 우연이라기엔 너무 잔혹했다. 내 몸은 한계에 다다랐지만, 더 괴로운 건 죄책감이었다. ‘내가 부족해서 환자가 더 악화한 걸까?’

다음 날, 응급실 입구에 섰다. 사원증을 꺼내든 손이 떨렸다. 어제처럼 또 무언가 잘못될까 봐,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차가운 철문 앞에서 폐부를 찌르는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찌르자, 속이 울렁거렸다. 결국 문을 열지 못한 채, 부서에서 전화가 올 때까지 그대로 서 있었다. 내 표정에서 모든 게 드러났던 걸까. 부서장님이 조용히 나를 불렀다.

“태섭아, 네가 못해서 그런 게 아니야. 응급실 중환 구역 환자들은 원래 위중한 상태야. 최선을 다해도 심정지를 막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너 자신을 탓하지 마.”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를 짓눌렀던 무거운 공기가 터져나갔다. 숨이 쉬어졌다. 눈가가 시렸다. 나 혼자만의 싸움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 무게를 함께 지고 있는 사람들이 곁에 있었다. 부서장님의 한마디에 깨달았다. 우리는 모두 같은 자리에서, 같은 무게를 견디며 싸우고 있다는 걸.

물론 그날 이후에도 응급 상황은 여전했다. 그리고 나는 ‘환타’라는 새로운 별명과 함께했다. “야, 김태섭 또 환타야?” 나는 놀림을 받아도 억지로 웃었다. ‘환자 타는 사람’. 가벼운 농담이었지만, 목구멍이 따끔거렸다. 꼭 환타의 탄산처럼. 별명은 독이 든 성배(聖杯) 같았다. 그 말을 들은 날은 어김없이 가장 위중한 환자들만 나에게 찾아왔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도망칠 수가 없었다. 그저 묵묵히 환자 모니터를 더 자주 들여다보고, 교과서를 다시 펼쳐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을까. 나는 더 이상 CPR 경보음에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장 먼저 달려가 가슴을 누르고, 누구보다 침착하게 약물을 준비하는 내가 서 있었다.

얼마 전, 한 신규 간호사가 탈의실 구석에서 혼자 울고 있었다. 환자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그 작은 어깨가, 3년 전 문 앞에서 떨고 있던 나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제가, 제가 뭔가 잘못한 것 같아요. 저 때문에 돌아가신 것 같아요...” 나는 조용히 그의 곁에 앉아, 3년 전 내가 들었던 그 말을 똑같이 건넸다. “아니에요. 선생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는 신이 아닙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최선을 다해 환자 곁을 끝까지 지키는 것뿐이에요.”

나는 안다. 이 길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다. 생명을 지키는 일, 누군가의 마지막 순간까지 곁에 서는 일. 때로는 버거운 무게지만, 우리는 그 길을 함께 걷는다. 그리고 나는, 오늘 그 길을 함께 걷는 나의 동료들에게, 3년 전의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수상작은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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