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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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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응급의료종사자 대상 수기 공모전 수상작 [다섯글자, 그 인사의 의미]
구분 : 공통 등록일 : 2026-01-19 조회수 : 196

2025 응급의료종사자 대상 수기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수상작을 공개합니다!

응급의료 현장에서의

기억에 남는 한마디가 담긴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다섯글자, 그 인사의 의미 (여니)

‘감사합니다’

살면서 수없이 말했고, 수없이 들었던 다섯 글자. 그 중 진심이 담겨있었던 적은 얼마나 되었을까. 나조차도 의례적으로 내뱉는 경우가 더 많았던 문장이였다.

하지만 그 날, 그 새벽의 다섯글자는 평생 잊히지 않을 한 마디가 되었다.

 

모든 병원에서 환영받는 2-3년차 시기, 드디어 한사람의 몫을 하면서 간신히 선배들과 속도를 맞춰가던 그 때, 코로나19가 시작되었다.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갑옷같은 보호구를 착용하고 8시간가까이 물 한 모금 못마신채 격리실에 갇혀 일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물론 의료진을 응원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현장에선 그렇지 않은 이들이 더 많았다.

규정대로 하며 수십번 설명 해도 ‘왜 감염병환자 취급하냐’ 라며 욕을 먹고, 검사를 빨리 안해준다며 물건이 날아오곤 했었다. 전쟁 같은 나날이 지속되자 많은 동기들과, 선후배들이 떠났다.

 

남은 사람끼리 전우애를 다지고, ‘응급실은 병원의 마지막 방어선’ 이라는 선임의 말, 그리고 술 한잔에 기대며 버텼지만, 조금씩 지치고 메말라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 환자와 보호자는 내가 정말 그만둘까 하며 고민하던 시기에 만났었다.

그날도, 마시지 못할 음료수를 들고 억지로 발걸음을 옮기며 출근했다.

환자 한명만 들어가도 꽉 찰 작은 임시 격리실 안에, 기관삽관한 환자와 기계,

보호자까지 있어 숨이 막힐정도로 비좁았다.

전국적으로 중환자 병상이 없던 시기라, 환자는 그 작은 공간에서 체류를 시작했다.

첫날에는 그래도 적은 약물로 버티던 환자가 다음날 급격히 악화됐다. 폐렴이 심해지며 모니터의 알람은 쉴 새 없이 울렸고, 그에 따라 약물이 추가됐다.

퇴근 하며 ‘제발….’ 하고 기도를 하던 날이였다

그러나 셋째날, 출근과 동시에 마주한건 절망적인 현실이였다.

 

전날보다 늘어난 약물, 시간마다 챙겨야 하는 오더들, 무엇보다

응급실에서 보기 힘든 정식 DNR 서류와 코디네이터, 서명을 하는 보호자까지.

인계를 받은 후 보호자와 마주한 나는 나도 모르게 보호자를 꽉 끌어안았다.

나보다 몸집도 크고, 나이도 많으셨던 그 보호자분은 한참을 내 품에서 우셨다.

차마 누구도 원망하지 못하고, 분노하지도 못하는, 그저 사랑하는 제 가족을 떠나보낼

수 밖에 없다는 절망의 울음이였다.

그리고 그날 새벽, 선임선생님에게 연락을 받았다.

여전히 병상이 없어 본원 입원도, 전원도 어려울 것 같다는 말.

네…하고 전화를 끊으려던 순간, 약물로 어느정도 안정된 활력징후가

급작스레 흔들리더니 얼마 되지 않아 환자 분께서 별이 되셨다.

보호자 역할을 하던, 따님을 더 이상 고생시키기 싫다는 거였을까.

벽 너머의 이 전화가 환자에게 들린걸까. 이유는 지금도 모르겠다. 다만 그때 병상이 없다는게 이렇게 무섭고 잔인하다는 걸 깨달았다.

사후처치 이후, 마지막으로 보호자와 마주하였을 때,

어떤말을 해야 할지 어지러웠지만 정작 입밖으로 나온 말은

‘ 정말…죄송합니다 ’ 뿐이였다,

이 창살 없는 감옥처럼 좁고 차가운 격리실에서 환자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게 했다는 미안함. 필요한 집중치료를 받게 해드리지 못했다는 무력감, 무엇보다 코로나환자라는 이유로, 환자의 마지막면회는 물론, 입관역시 보기 힘들다고 말해야 하는 그 현실이 너무나도 죄송했다.

그 때 보호자분은 오히려 내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살짝 떨리지만 따뜻한 손, 그리고 진심어린 다섯글자.

위로같으면서, 한편으로는 사과같았던, 담담하지만 눈물 묻은 작별인사였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 울음을 삼키면서 인사를 했다.

그날의 작별인사는 그렇게 내 마음속 깊이 자리잡아, 지친 나를 어루만졌다.

그리고 그 다섯글자는 일하면서 내가 그리도 찾고 싶었던 ‘의미’가 되어 여전히

내가 지금 이 자리, 응급실간호사로 있게 해준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 삶의 마지막 순간, 그 끝에서 환자에게는 외롭지 않도록, 보호자에게는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는 사람’

그날, 달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던 새벽,

나는 빈 침대를 보면서 ‘간호’ 에 대해서 다시 배웠다.

그리고 그 다섯글자는 오늘의 응급실간호사인 나를 만들었다

그 진심어린 한마디로 인해 나는 다시 환자를 돌보고, 보호자의 손을 붙잡을 수 있었다..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나는 그 다섯글자를 품고, 응급실에서 자리를 지키는 중이다.

 


수상작은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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